가방 안에 아무렇게나 넣어져있는 볼펜을 매번 뒤적거리며 찾는게 불편하기도 하고, 늘상 갖고 다니는 펜을 아껴주기 위해 작년 가을에 필통을 마련했다.
내게 필요한 필통의 조건을 생각해봤다.
첫번째, 소리가 나지 않아야 한다.
두번째, 볼펜 세 자루 이상은 들어가야 한다.
세번째, 비지니스 자리에서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어야 한다.
반나절 정도 고민하고 찾은 결과가 지금 갖고 다니는 이 필통이다. 필통에는 영문 이름이 새겨져 있다. 잃어버릴 걸 고려한 건 아니고 어떻게 각인되어 나오는지가 궁금했다.

필통은 매우 잘 사용하고 있다. 가끔 업무 자리에서 필통을 꺼낼 때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시는 경우도 있었지만, 시끄럽게 책가방을 뒤적거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산만하게 하거나 자리의 격을 떨어뜨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다.
필통에 세 자루의 연필을 고려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조용하며 빠르게 메모해야 하는 상황에서 필통을 뒤적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필통에 넣고 다니는 건 세 자루뿐이다.

모나미 153 블랙 메탈은 무게감과 잡은 느낌이 좋고 표면이 무광이라 고급스럽다. 필기감은 가볍고 부드럽다. 플라스틱 153 비해 금속의 무게감이 있는 고급스러게 가벼운 느낌이다.

파버카스텔 엠비션 볼펜은 2013년에 DEVIEW 발표를 하면서 기념품으로 받았다. 영광스런 기념품이라서 모셔두고 있다가 필통을 사면서 꺼내어 사용하고 있다. 엠비션은 파버카스텔 볼펜 중 고가 라인이어서 적당히 고급스러우면서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아한다.
볼펜 자체가 무거운 편이고 필기감도 힘을 살짝 주어 밀어야 하기 때문에 표면이 부드러운 종이나 글씨를 천천히 써야할 때 주로 사용하고 있다.

STAEDTLER 형광펜은 뭐… 그냥 형광펜이다. 이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눈부심이 덜하면서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나는 발광체를 바라보며 글 읽는걸 꽤 불편해 하는 편이라서 모니터로 글 읽는 것보다 인쇄해 보는걸 매우 선호한다. 이 때문에 내 곁에는 A4지가 늘 존재한다. 모니터는 주변 조명을 고려한 상태에서 최대한 어둡게 사용하는 편이라서 종종 동료들이 내 화면을 보며 너무 어둡지 않냐며 묻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