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SE Companion 20 그리고, 소소한 즐거움의 기준

스스로 막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소리라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고, 스피커라는 물건에 큰 투자 가치를 느끼지 못했었다.

물론 스피커에 관심을 갖던 시기도 있었는데, 5.1 채널 PC 사운드카드가 보편화 되면서 내 방 전체를 둘러 스피커를 설치한 적이 있었다. Descent 라는 우주 비행 게임을 매우 좋아했고, 이런 류의 게임은 5.1 채널 이상의 오디오 시스템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 내 주위를 감싸는 실감나는 게임 사운드에 빠져 한동안은 5.1 채널을 경험할 수 있는 게임을 찾아 헤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당시 내가 추구했던건 게임을 위한 다채널 시스템이었던 것이지 음악을 듣기 위한게 아니었으므로 청음을 위한 좋은 소리와는 방향이 달랐다. 음악을 듣는데 있어 그나마 조금 신경을 써서 브리츠 BR-1000A를 사용한 정도.

최근에 문득 나 또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상적으로 음악을 듣는데 어차피 음악을 듣는 것이라면 좋은 소리로 듣는게 낫겠다 생각했다. 스스로 막귀라고 했던건 무관심의 합리화였을 것이다.

그래서, 오디오 입문까지는 아니지만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졌다.

그 시작으로 PC 스피커를 교체하기로 했고, 입문용으로 합리적이고 소리에 있어서도 보편적으로 좋은 평을 받는 BOSE COMPANION 20 을 구입했다.

그리고, 음악 듣는게 더 즐거워졌다.

흔하디 흔한 PC 스피커 하나 바꿨을 뿐이지만 좋은 소리를 알고 나니 음악을 듣는 그 차제가 즐겁고, 어떠한 기준이 생기고 나니 그로인한 상대적 질 차이를 판단할 줄 알게 된다는 점이 재미있다. 마치 BMW 를 경험한 듯한 기분이다. 너무 흔해서 모두들 별거 아닌 듯 치부하지만, 그 급의 차이를 경험하고 나면 빠져들게 되듯이 나 같은 초보 입문자에게 보스 스피커는 소리의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브랜드인 것 같다.

운전에 전혀 관심 없다고 믿었던 내가 BMW로 차를 바꾼 후에는 출퇴근 운전하는게 즐겁고, 거실에 에바 알머슨과 엔디워홀의 그림을 걸어두니 소파에 앉아 쉬는 게 즐거운 것처럼 소소한 환경적 요소들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즐거움이 달라진다.

이내, 아내님이 나의 앞날을 내다보셨는지 “남자를 망치는 3대 취미” 관련 기사를 보내주셨다. 자동차, 오디오, 카메라. ^^

B&W MM1 가 그렇게 좋다던데…